늙은 염장에게 들은 말 > 좋은글/감동

본문 바로가기
사이트 내 전체검색


회원로그인

좋은글/감동

늙은 염장에게 들은 말

페이지 정보

작성자 안경 작성일18-03-30 11:02 조회1,622회 댓글0건

본문

늙은 염장이에게 들은 말 / 이승하



누구나 꼭 한 번 죽는데
목숨대로 살다 편안하게 죽는 기
그기 그리 쉬운 기 아이다
내 한평생 염하다 보이
사고로 동강난 송장 염하기
얼어 죽어 굳은 송장 염하기
만삭이 다된 부인 염하기
안 해 본 기 없다마
남녀 노소 남남북녀
고관 대작 장삼이사
안 만져 본 송장이 없다마
관 하나에 두 살마 넣어서는 안 되는 법이라
나 원 참 요새는 빙운서 얼라 꺼내지만
만삭으로 죽은 부인의 하문에
손 쑤욱 집어 넣어 억지로 꺼내모
핏덩이는 싸늘히 식어 있었지러
쌍디도 죽은 몸에서 끄집어내봤지러
그 얼라의 혼도 있을라나?
있으모 저승으로 갔을라나?
내가 뜬 눈 쓸어 감게 주고
내가 턱 로여 입다물게 하고
내가 칠성판에 눕힌 송장의 수가 멫인지
알 수가 있나
참 더럽게 산 자나
참 깨끗하게 죽은 자나
송장은 그기 다 소중한 기라
향나무 담근 따신 물로
머리부터 감기고 얼굴을 씻기고
수건에 향물 축여 몸도 씻겼지러
버드나무 숟가락으로 쌀을 퍼
세 번 입에 넣는데, 넣을 때마다
천 석이오! 오천 석이오! 만 석이오!
참 많이도 외쳐댔지러
수의를 다 입히고 나면
염포를 일곱 조각으로 잘라 송장을 묶지러
여자는 아래부터 먼저 매야 하는데
그래야 항문과 하문에서
추깃물이 흘러 나오지 않거든
제기랄 그래 봤자 썩을 걸 누가 모르나
누가 모르긴 아무도 모르지
죽을 걸 알모 이렇게들 살어?
귀신 될 걸 알고도 이렇게들 살어?
 




 <박수를 찾아서>, 고려원, 1994

댓글목록

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.

좋은글/감동 목록

Total 351건 13 페이지
좋은글/감동 목록
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
171 내면과 외면 인기글 작은여시 06-27 1642
170 살면서 놓치고 싶지 않은 사람 인기글 안경 09-03 1638
169 사랑의 발견 인기글 작은여시 06-21 1638
168 웃어 봐 인기글 안경 07-09 1636
167 나를 만드는 길 인기글 걍뭐 06-27 1632
166 걱정하지마 잘 될거야 인기글 작은여시 05-28 1629
165 고독하다는 것은 인기글 안경 04-19 1627
164 초연히 살아내야 할 시간만 남았습니다 인기글 안경 10-31 1627
163 나에게 힘을 주소서 인기글 안경 08-22 1625
162 우아한 여성의 11가지 비밀 인기글 작은여시 09-02 1623
열람중 늙은 염장에게 들은 말 인기글 안경 03-30 1623
160 봄비 오는 날의 기도 인기글 작은여시 04-05 1623
159 만남 인기글 작은여시 04-22 1621
158 너무 힘든데 한번만 안아주세요 인기글 안경 06-12 1621
157 할머니의 피자 인기글 안경 06-27 1620
게시물 검색

회사소개 개인정보취급방침 서비스이용약관 Copyright © www.EunjinSky.com. All rights reserved.
상단으로

TEL. 010-8616-4790 FAX. 031-278-5407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구운동526-7
대표:김동배 사업자등록번호:624-33-00084 개인정보관리책임자:김동배

모바일 버전으로 보기