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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대로 오세요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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작성자 작은여시 작성일18-03-30 11:00 조회1,898회 댓글0건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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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대로 오세요/ 박서원



무너진 그대로 오세요
난 옆집, 양말이나 뜨며 창밖을 큼큼거리는...
고양이 노파가 아니랍니다
그래도 조금은
당신의 기워진 살과 흐르는 얼룩을
채에 거를 줄 알아
비 오는 날 벼락쳐 정전 되어도
창틀 앞 작은 동산 라일락 향기
쟁반에 담아올릴 수 있답니다
내가 쭉정이로 열병을 앓을 적에
다락방으로 오롯이 모여들던 흰 눈의 빛들
숨을 헐떡거리며 흘린 눈물은 눈물이 아니었지요
참을 수 없으면 참을 수 없는 그대로 오세요
세상은 박제된 독수리나 매랍니다
야단쳐도 모르고
칭찬해도 모르지요
난 기다리는 사람을 기다리는 사람
앞치마를 두르고 생선 구워요
산타클로스는 지옥에서조차 버려진 영혼의 굴뚝에만
찾아온다는 걸 아시지요
깨진 그대로 오세요
깨어져서 이를 앙다물게 돼도 그대로 오세요
괜찮아요



 <난간 위의 고양이>, 세계사, 1995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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